“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 혹은 머리가 어질어질한 경험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이런 어지럼증을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원인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두 가지가 바로 이석증과 빈혈성 어지럼증인데요. 두 증상은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발생 원리와 대처 방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은 신경과 명의의 조언을 토대로, 두 어지럼증의 차이와 올바른 대처법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세상이 도는 느낌”이라면 이석증을 의심하라
이석증(양성돌발성체위현훈)은 귀 안쪽의 전정기관 즉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우리 귀 안에는 ‘이석(耳石)’이라고 불리는 미세한 칼슘 입자가 존재하는데 이 입자가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이라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균형 감각이 혼란스러워집니다. 그 결과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돌리거나 누웠다가 일어날 때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현기증이 나타납니다. 이석증의 특징은 짧고 강렬한 회전성 어지럼증입니다. 몇 초에서 길게는 1분 정도 지속되고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죠. 하지만 이때 구토나 오심이 동반되기도 하며 자다가 자세를 바꿀 때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누웠다가 일어날 때 눈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면 이석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명의들은 이석증을 진단할 때 딕스-홀파이크(Dix-Hallpike) 검사라는 간단한 테스트를 사용합니다. 환자의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였을 때 눈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안진(nystagmus)’이 관찰되면 이석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수술이 아니라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이석치환술(Epley Maneuver)’을 통해 대부분 호전됩니다. 즉, 이석증은 위험한 질병이기보다는 귓속의 균형 센서가 일시적으로 어긋난 상태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만 반복적으로 재발할 수 있으므로 평소 수면 자세나 고개를 돌리는 습관에 주의해야 합니다.
“머리가 멍하고 힘이 빠진다”면 빈혈성 어지럼증을 의심하라
빈혈성 어지럼증은 이석증과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발생합니다. 이석증이 귀의 평형기관 문제라면 빈혈성 어지럼증은 산소 공급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증상입니다.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뇌로 충분한 산소가 전달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하거나 ‘눈앞이 하얘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석증이 “세상이 도는 느낌”이라면 빈혈성 어지럼증은 “내 몸이 무너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힘이 빠지며 귀가 먹먹하거나 식은땀이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량이 많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습관이 있으면 쉽게 빈혈이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아침에 갑자기 일어날 때 또는 오래 서 있을 때 이런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기립성 저혈압이 동반된 빈혈성 어지럼증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명의들은 “어지럼증이 올 때는 먼저 누워라”라고 조언합니다. 가능한 한 머리를 낮추고 다리를 높이는 자세를 취하면 뇌로 혈류가 다시 올라가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피로, 두통, 창백한 피부, 손톱이 푸르스름한 증상이 함께 있다면 병원을 꼭 방문해야 합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철분 부족 비타민 B12 결핍, 갑상선 기능 저하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빈혈성 어지럼증의 관리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식사할 때 철분이 풍부한 음식(붉은 살코기, 시금치, 간, 콩류)을 충분히 섭취하고 카페인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철분제 복용이나 의사의 처방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이석증과 빈혈성 어지럼증 이렇게 구별하세요
이석증과 빈혈성 어지럼증은 모두 ‘어지럽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실제로 느껴보면 확연히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어지럼증의 방향성과 지속 시간입니다. 이석증은 세상이 회전하는 느낌으로 짧지만 강하게 나타나고 자세를 바꾸면 심해집니다. 반면 빈혈성 어지럼증은 머리가 띵하고 힘이 빠지며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됩니다. 또한 동반 증상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석증은 구토나 눈 떨림이 흔하지만 빈혈성 어지럼증은 창백한 피부나 손발 저림 피로감이 특징입니다. 명의들은 “어지럼증이 생겼을 때 무조건 약부터 찾지 말라”라고 강조합니다. 증상의 패턴을 관찰하고 ‘도는 어지럼증인지’, ‘힘이 빠지는 어지럼증인지’ 스스로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구별이 정확히 되어야 올바른 치료와 회복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상당수는 ‘빈혈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석증’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반복되거나 구토 시야 흔들림 두통이 동반될 때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어지럼증은 단순한 피로의 문제가 아닙니다. 귀의 평형기관이 어긋나거나 혈액의 산소 공급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뇌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몸이 보내는 구조 요청’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볍게 넘기지 말고 증상이 잦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세요. 정확히 진단받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는다면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충분히 개선됩니다. 몸의 균형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스트레칭과 수분 섭취를 챙긴다면 당신의 몸은 분명히 ‘고맙다’고 말할 것입니다.